1. 도입부: 조용한 연구실, 평범한 일상

이공계 대학원에서 연구 중인 27살 대학원생입니다. 평소엔 실험실과 기숙사, 가끔 친구들과의 소소한 회식이 전부인 일상을 살아왔습니다. 월세, 식비, 논문 출력비 등으로 항상 빠듯했지만,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제겐 큰 의미였죠. 부모님께 부담 주기 싫어 생활비도 직접 해결해가며,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.

2. 전개: 믿음이 무너진 순간

그러던 중,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을 통해 "안정적이고 수익률 높은 단기 투자" 이야기를 들었습니다. 상대는 신뢰할 수 있는 듯 행동했고, 대기업 투자 관련 문서까지 보여주며 저를 설득했죠. 여유가 없던 저는 오히려 ‘이 기회로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’는 생각에 혹했습니다.

결국 저축은행 2곳에서 대출을 받아 총 3,00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. 처음엔 소액 이익을 주며 신뢰를 유도하더니,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끊기고 사이트도 사라졌습니다. 경찰에 신고했지만, 이미 계좌는 텅 비었고 범인도 잡히지 않았습니다.

그 후, 보이스피싱까지 당했습니다. ‘대출을 상환해주겠다’는 전화를 받고 인증번호를 넘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. 순식간에 대부업체 2곳에서 제 이름으로 추가 대출이 발생했고,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습니다.

1년 반 만에 9,200만 원의 빚이 생겼습니다.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, 연구실에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. 그때부터 제 일상은 멈췄습니다.

3. 위기: 자포자기 직전, 내민 손 하나

그 시기엔 ‘내 인생은 여기까지구나’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. 도서관에서 혼자 울기도 했고, 밤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. 그러던 중 우연히 개인회생 제도를 알게 되었습니다.

처음엔 ‘난 범죄 피해자니까 국가가 도와주겠지’ 했지만, 현실은 달랐습니다. 사기 피해라 하더라도 대출은 결국 제 명의였고, 갚아야 할 책임도 제게 있었습니다.

막막했지만,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. 처음 상담 받던 날, 너무 긴장해서 말도 잘 안 나왔고, 상담사 앞에서 결국 울었습니다. 그분은 조용히 제 이야기를 들으며, “지금이라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면 늦지 않았다”고 말해줬습니다. 그 말이 제게는 정말 큰 위로였어요.

4. 해결: 복잡했지만, 하나씩 해나간 기록

상담부터 인가까지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. 채권자 목록, 소득 증빙, 통장 기록 등 준비할 게 많았지만,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. ‘내가 얼마나 무방비였는지, 왜 더 조심하지 못했는지’ 반성도 했고요.

법원은 저의 경제력과 피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, 월 19만 원씩 3년 변제라는 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. 금액도 크지 않지만, 무엇보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받았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.

법원에 출석했던 날,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, 판사님이 “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상황이지만, 성실히 갚는다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”고 말해주신 그 한 마디에 눈물이 났습니다.

변제를 시작한 후에는 생활이 달라졌습니다. 신중하게 돈을 쓰고, 무계획한 선택을 절대 하지 않게 되었죠. 식비와 교통비도 줄이고,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면서 매달 납부를 지키고 있습니다.

5. 결말: 나를 다시 세우는 시간

현재 저는 개인회생 9개월 차, 단 한 번도 납부를 놓치지 않았습니다. 예전처럼 여유 있는 삶은 아니지만, ‘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’는 확신이 생겼습니다.

사기 피해자라는 죄책감도 조금씩 덜어지고 있고, 가족들에게는 아직 말 못했지만 언젠간 털어놓고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.

지금의 제 목표는 하나입니다. 학위 마치고, 취업해서 내 힘으로 내 삶을 회복하는 것. 그리고 다시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고,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갖춘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.

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같은 처지에 있다면,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.
“실수했다고 끝이 아닙니다. 속았다고 무너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. 개인회생은 마지막이 아니라,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제도입니다. 용기 내세요. 혼자가 아닙니다.”